과연 인터넷 세상과 현실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괴리가 존재할까? 인터넷상의 여론이 곧 실제 여론을 의미하는 걸까? 어느샌가 온갖 욕설과 비난이 난무하는 댓글 창을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엔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나중엔 뉴스 포털사이트, 유튜브, 인스타에서까지 서로에 대한 혐오 발언과 비생산적인 논쟁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좋아요가 더 많이 눌러져 있고 댓글 창에서 여론을 점하고 있는 주장만이 옳은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유해한 인터넷 문화에 질려 있던 나는 ‘한국 사회의 이해’라는 과목을 수강하다 독일의 사회과학자 엘리자베스 노엘레-노이만이 주장한 ‘침묵의 나선 이론’을 접하게 된다.
일반 대중들은 자신의 의견이 다수의 지배적 의견 혹은 여론과 일치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 자기 확신을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한다. 하지만 자신의 의견이 소수 의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 침묵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소수 의견의 움직임은 표면에 나타나지 않고 가라앉고 묻힌다. 침묵하는 이유는 각 개인은 고립에 대한 공포가 있으며 주류 여론에서 이탈함으로써 직면하게 될 사회적 고립, 배척 등과 같은 사회적 소외에 대한 심리적 두려움 때문이다. 반면에 다수의 지배적 의견은 더욱 크게 확산하고, 더욱 큰 영향력을 가진다. 이를 도표로 나타내면 마치 나선형의 깔때기 형상을 띄기 때문에, 이를 ‘침묵의 나선 이론’이라고 한다.
침묵의 나선 이론이 가장 잘 뒷받침할 수 있는 명제 중 하나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일 것이다. 인간은 소속된 집단이나 주위 환경에서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끊임없이 다수에 편승하려는 욕망을 내재하고 있다. 여기에 ‘대중 매체’라는 인류의 발명품이 함께 어우러져 모든 사회적 동물 중 가장 강력한 침묵의 나선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소셜미디어 등 미디어의 급격한 증가로 거짓 정보의 유통과 확산이 훨씬 쉬워졌다. 그렇다면 노엘레-노이만이 걱정하던 사회 현상을 해결하는 열쇠는 어디 있을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옮고 그름을 합리적으로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동시에 소수 의견일지라도 자신의 신념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대중매체는 다수의 의견만을 ‘옳은 것’처럼 왜곡해 전달하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전달하는 데에 그 열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큰소리만으로 이기려는 사람들이 많다. 내 의견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내 의견이 이미 다수 의견, 즉 대세인 것처럼 홍보해 내 의견을 관철하려 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거짓 뉴스를 그럴듯하게 과대 포장해 사람들의 감정을 부추기는 일이다. 이제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는 구시대적인 발상은 버려야 한다. 목소리가 크면 간혹 이긴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이기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것일 수 있다. 우리나라 속담에 ‘우는 애부터 젖을 먼저 준다.’라는 말이 있다. 표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말이다. 어떤 일이든, 옳고 그름을 떠나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대중이 침묵하는 가운데 유독 자기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다 맞는 의견은 아님을 스스로가 경계할 필요가 있다.